글을 쓰고싶어져 수동타자기를 샀다.
2016. 10. 19. 08:19ㆍ일기
글을 쓰고싶어져 수동타자기를 샀다.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흘러도
물건을 간직하려는 욕구는 변하지 않나보다.
오래전부터 물욕리스트에 자리 매김 하고 있었던 수동타자기를
그저 그런 평범한 평일, 새벽에 어느 한 옥션판매자의 자부심 섞인 멘트에 넘어가
덜컥 구입하고 말았다.
살까 말까 살까 말까 고민했던 시간들에 비하면 요즘의 인터넷 거래라는건
구매-결제-배송까지 채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3일정도 걸렸다.)
무려 6kg나 나가는 묵직한 마라톤 1000dlx를 조심스레 올려놓고
한글자 한글자 외계어를 적어내려 가고 있었다.
얼마전 루비 스팍스에서도 보았지만,
스크린 상에서만 보던 수동타자기를 처음 조작(?) 하려니 이게 뭐라고
세월을 거꾸로 거슬어 올라가려 했던건지 의구심마저 들었다.
잠시 외계와의 교신은 접고 블로그 검색을 통해
타자기 작동법을 대충 읽어보고 나니 그렇게 어려운건 아니었다.
어느정도 적응을 마친 뒤 적어본 노래가사.
받침이나 쌍자음은 감이 오는데, 모음과 자음 사이의 간격이 들쑥날쑥이다.
언젠가 일기도 쓰고, 자판을 보지 않고 글도 써내려갈 수 있겠지
올 겨울에는 이 아이와 보내야겠다.
아이폰 메모장과는 한동안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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